2018.2.14~16
제주도 한라산 첫 등정기
귀인을 만나면 귀인이 되는 거고
하찮은 사람을 만나면 하찮게 되는 거다..
나같은 사람만나서 이제사 한라산을 가보는 마누라...
들뜬 마음을 감출수가 없는지 티가 많이 난다..
며칠전 제주가는 배를 예약하고 겨울산행준비만 한다..
다른지역에는 건조주의보니 한파주의보니 하던데 제주도 울릉도 서해 전북일부지역만 폭설주의보라고 하니
설 연휴를 한라산에서 보낼려고 하니 순탄치가 않다..
부산 제주간 소요시간은 12시간이다..
월 수 금 저녁7시에 부산에서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7시에 제주에 도착한다..
몇 년동안 배편이 없다가 다시 부활 했다고 한다..
승선 1시간전에 와야 한다..
태어나서 배타고 제주가보는게 처음이라 꼼꼼하게 인터넷 검색하고 마치 외국나가는 느낌이랄까...
세관옆을 통과해서 연안터미널로 간다..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고 설레는 느낌이다..ㅋ 촌시럽게
안에서 벌써 승객들이 만원이다..
드디어 배를 탄다..
세월호 사고후 절차가 깐깐하다고 한다..별시리 그런 느낌은 안든다..
이 배 역시 일본에서 운항하던 중고카페리를 가지고 왔단다.. 거의 수리를 안해서 굉장히 낡고 지저분해 보였다..
그래도 일본사람들이 만든 배라고 하니 안심은 된다..ㅋㅋ
출발하기 전 시간이 남아 갑판으로 나와서 야경을 구경한다..
식당이 초라하다..
배를 처음 타는 마누라는 꼭 이렇게 티를 낸다..촌시럽게시리
배 멀미를 심하게 한다..
배가 서서히 움직인다..
잘있거라 부산항구야~~~
먼바다 풍량주의보라 한다..
걱정이 태산이다..심하게 울렁인다..
북항대교밑을 지난다..
가장 불편한 점은 딱히 없으나
굳히 꼽으라면 콘센트가 110볼트 11자형이라서 충전 사용이 불편했다..
로비에 따로 220볼트를 준비해 두었지만 턱없이 부족한상태다
내부 편의점은 있으나 종류가 안다양했고 운영시간도 9시까지 제한되어 있고
자판기도 고장이라고 붙혀놓고 운영할 생각이 없는듯 보였다..
3등실 배정받아서 잠은 잘 잤다..
실내가 너무 더워서 멀미하는 마누라는 차가운곳 찾아서 잠을 청했다..
드디어 제주 도착했다..
생각보다 쌀쌀했다..
오늘부터 날씨가 풀린다 하지만 그래도 겨울날씨다..
부산보다 따뜻하긴 하드라..ㅋ
제주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터미널앞에 미리 예약해 둔 택시기사분이 기다리고 ㄱ계셨다..
눈이 너무 많이 온 관계로 우리가 계획했던 성판악에서 백록담 가는 코스가 아직 통제라는 비보를 기사분께 듣는다..
함께 산행하는 부부팀과 의논한 결과 어리목으로 올라서 윗세오름으로 산행을 권한다..
우린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니 일단 경험이 많은 동행팀에게 일임을 넘긴다..
경치는 윗세오름이 훨씬 아름답고 편하단다..
어리목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여기도 역시지금현재까지 통제란다..
헐~~~
우리보다 먼저 온 산객들이 10명정도 되 보엿다..
20명 정도 되면 단체로 올려 보내 준단다..20명 될때까지 기다리면서 기사분이 건네준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서로서로 러셀을 하면서 올라가야 한단다..그럼 난 젤 뒤에 가야쥐~~잔꾀를 부린다..
물론 공단직원서너명이 앞장서서 러셀을 해준다..
눈으로인해 주차장기능을 전혀 못한다..
밤새 제설작업을 했다는데 눈이 얼마나 많이 왔음을 짐작케 한다..
하긴 한라산탐방이 보름동안 전면 통제하다가 오늘 처음 해제가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갈길이 걱정이다..
일단 출발이다..
계속 오름길이다..
땀이난다..
겉옷하나씩을 벗는다..
이쯤오니 앞이 터이기 시작한다..
순간 탄성이 나왔다..
풍경에 뿅~~~가뿟다..
공단 직원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우리보고 러셀을 하란다..
조금은 쉬운 구간이란다..
처음 내는 발자욱 따라 뒷사람이 올것이니 잘 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확~~~
데크로프 팬스들도 다 눈 속에 파묻혀서 전혀 보이질 않는 구간이 많다..
뭐든 적당한게 좋다..
과유불급이다..
풍경하나는 끝내줬다..좋다..
남극탐험하는 기분이다..
아무도 없다..
오늘 함께 할 부부산객..
눈이 1미터이상이 쌓였으니 스틱이 쑥쑥 들어간다..
잘못짚으면 눈속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눈 속에 파묻힌 철쭉나무들이 하나도 안보인다고
공단직원들이 반드시 빨간깃발보고 잘 오란다..
고개를 드니 갑자기 백록담 한라산정상이 눈 앞에 나타난다..
정신없이 셧터를 눌러댔다..
팬티가 다 보이도록 정말 열정적이었다..ㅋㅋ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늘이 갑자기 잠시 열리더니 금새 또 구름으로 덮는다..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구상나무들이 눈으로 덮어썻다..
나무인지 돌인지 형체를 알아볼수가 없었다..
공단 직원들도 이렇게 눈이 많이 온것은 처음이란다..
이곳에 해발 1500미터라는 돌하루방 바위팻말이 있다는데 눈속에 묻혀버렸단다..
우선 산객들의 안전이 먼저이니 빨간깃대를 멀리 벗어나지 말라는 공단직원들의 간곡한 부탁말씀이다..
빨간깃대를 따라서 잘도 간다..
드디어 휴식소에 도착했다..
윗세오름이다..
빨간깃대가 얼쭈 2미터가 넘는데 이마저도 빨간색깃빨만 보일 정도니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를 간음케 해준다..
평야같았다..
하지만 여긴 철쭉밭이란다..
안내소 건물이 거의 잠겼다..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서 옆사람과 한라산 윗세오름 풍경에 대하여 열심히 토론도 했다..
제주에 사시는 분들도 이곳을 수십번 왓어도 이런 풍경은 또 처음이란다..
정말이지 깜짝 놀랄정도 폭설과 자연이 빚어놓은 풍경에 넋을 놓고 한참을 감상한다..
이제 영실탐방소로 내려간다..
눈 위를 걷는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흑과백 뿐인 풍경이었다..
진짜로 남극?뷱극에 온 느낌이다..
저 뒤로 보이는 것이 윗세동산이라 하던데..
갈수가 없었다..
하늘과 땅과 구름 경계가 없다..
묘한 기분이 든다..
등산길이 아예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저 나무토막을 잘 봐야 한다..
우리나라 산하의 설경들을 수없이도 많이 봐 왔어도 이런 설경은 첫 경험이었다..
내가 머릿속에 상상한 설경과 상고대 눈꽃풍경과는 사뭇 다른 설경에 탄성을 내 지르기에 딱이었다..
흥분 그 자체였다..
이러다가 영실까지 언제가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