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8
한라산 영실철쭉산행
6월초 절정인 선작지왓 철쭉-
해발 1700미터에 열린 천상의 화원-
올해는 평년보다 개화가 늦다는 소식이다..
이틀전에 먼저 올라가서 영실철쭉을 만끽하고 내려온 우리두리님이 보내온 사진을 보니 벌써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근데 이게 웬걸....전전날 그니까 6월6일부터 제주지역과 전남지역에 250미리의 폭우가 쏟아졌고 바람또한 이 시기에 드문 강한바람이 거의 태풍급으로
불어 제꼈다..
아직 한라남벽근처에는 이제 꽃망울이 맺었다는 영실관리사무소직원의 말과 6월7~8일사이가 절정이 될것이라 했다..
우리두리님도 아직 덜 핀 꽃들이 많다는 소식이었다..근데 막상와보니
기상악화로 한라산 전면 통제라하니 차안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쉬 오지 않았다..
일단 새벽2시에 기상을 했으나 짙은안개로 인해 저멀리 사무실화장실 불빛만 희미하게 비칠뿐..햐얀소복입은여인이라도 나타나면 우짜지..
우짜기는 우째?인사해야지..ㅋㅋ
지금가봐야 소용없겠다싶어 안개가 어느정도 그치면 가자고 하고 다시 취침모드로 전환..
일출은 고사하고 제발 비만 오지말기를 빌뿐이었다..
사진은 나그네
글은 시골처녀가...
새벽3시반에 기상해서 안개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도로를 뚜벅뚜벅 걸어올랐다..
하얀소복입은 여인이라도 나타날까봐 어찌나 빨리 걸었는지 안내소입구까지 30분도 안걸린것 같다..ㅋㅋ
이 큰 한라산에 이시간에 너와나 오로지 둘뿐...
남편은 약간 쫄고있는 표정이었다..나보고 앞장서란다..ㅋㅋ 무섭다고
그래서 남편손을 꼭잡고 나란히 옆으로 발마춰서 걸었다..
새벽4시가 되니 주변사물들이 어슴프레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밥도 묵고...
화장실안은 죽은 하루살이시체만 가득했고 나름 청결했다..
따신물도 나왔다..음악까지 흘러나왔다..
여유있게 커피도 한잔했다..
커피를 다 마실때쯤 갑자기 느닷없이 하늘이 쫙 열리는게 아닌가~~~~!!!
마치 천지개벽하듯...
몸과마음이 바쁘기 시작했다..그러더니 밑에서 줄줄이 사탕처럼 차량들이 물밀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4시30분에 문을 열어줬단다..헉~~~
우린 쌔가빠지게 걸어서 올라왔건만...
올라오니 구름이 걷히고 여명이 튼다..
산악마라톤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올라가고 없었다..
숨이차다..
거친호흡을 내뱉으며 남편따라가기 바빴다..
오백나한의 병풍바위
웅장한 풍광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지난겨울에 왔을때 눈이 덮혀 이런 표지석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기묘한 오름 비경에 아쉬움을 달래본다..
철쭉대신 병꽃나무가 우릴 반겨준다..
꿩대신닭이다..ㅋ
저 멀리 각종오름이 운해에 싸여 마치 섬처럼 보인다..
오백나한병풍바위와 춤을추는 운해...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해 영실 기암을 바라보며 급경사를 오른뒤 다시 구상나무 숲을 벗어나면 불쑥 눈앞에 고산 습원인 선작지왓 너머로 백록담 남벽이 나타난다..
선작지왓에 침입한 조릿대 사이에 철쭉이 한두그루 간신히 모습을 드러낸다...
가심이 쿵쾅콩쾅.두근두근...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이다..
실망감속에서도 터지는 환호소리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곳인가를 알려준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웅장하고 아름답다..
전날 강풍과함께 폭우에도 그나마 잘 버텨준 녀석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완전 전멸인줄 알았는데...
이녀석들이 참 고마웠다..
보시다시피 조릿대들도 강풍에 치어서 누렇게 폭삭 삭았다..
날씨는 초가을이었다..
찹찹 시원 상쾌 통쾌한 기분그자체이었다..
신이난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채 피기도 전에 장렬하게 숨을 거둔 철쭉을 보니 맘이 찢어지는 표정이다..
대중음식점을 가 보면 우리나라의 사계를 담아 12장의 사진으로 만든 대형 달력이 벼에 걸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섬진강운해나 백두산 천지의 설경.
설악산 공룡능선의 단풍은 빠지지 않는다.
12달 달력에서 전국의 명소 가운데 당당하게 6월을 수놓는 풍광은 한라산 철쭉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 가운데 철쭉 명산은 두손으로 꼽기에 부족할 지경이다..내가알고있는것만해도 바래봉철쭉을 비롯해 황매산,일림산......기타등등
그만큼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 중 하나가 철쭉이다.
근데 왜 그 많은 철쭉 명산 가운데 한라산이 달력의 한장을 차지한 것은 그 정도로 한라산의 철쭉풍광이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산넘고 물건너 이곳에 온 이유다..이런 화려한 풍광을 볼려고....ㅠㅠ
이른아침이라 드문드문 산객몇명만 있을뿐...
시원한 서귀포 바다도 조망이 되고..
구름걷힌 기온이 이렇게 청명할 수가...공기가 너무 맑고 깨끗하다..
흔히 달력 사진에서 보는 장면은 만개한 철쭉으로 붉게 물든 완만한 선작지왓 평원뒤로 백록담남벽이 우둑 솟은 모습이다..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아쉽게도 달력에서 보는 그림보다 많이 못미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발 1600~1700미터에 짧은 기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천상의 화원을 보기 위해 한라산영실~어리목코스를 찾는다..
한라산의 5개등산로 가운데 철쭉 화원을 볼 수 있는 곳은 영실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가는 구간과
대피소에서 돈내코로 내려가는 코스 가운데 남벽 분기점까지의 구간이다..
오늘은 남벽 분기점까지 갈 필요도 없을것 같다..
아예 꽃망울 자체가 다 떨어지고 없다고 한다..
동쪽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운해가 장관이다..
목숨이 긴 요녀석을 운해와 함께 찍어봤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놀다 내려간다..
더 이상 있어봤자 죽은 철쭉 다시 필것 같지도 않고...
이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도 모자라 동영상으로도 남겨야 한다고 마구마구 찍어댄다..
날라간 모자 주우러 가야지~~
모자 주울 생각은 1도 없는 풍경앞에 모자가 대수가....
운해로 휘감은 백록담 화구벽..
비현실적인 풍경앞에 뭔 말을 해야 할지 퍼뜩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옴마야옴마야~~만 할뿐...
이거 이쁘게 찍어서 팔아묵자고 했다가 남편한테 꾸사리 뭇다..
머리한대 쥐어 박혔다..아팠다..
머리한대 쥐어박히고 기분나쁜표정으로 서 있었다..ㅋㅋ
아프다고 말도 못했다..
머리가 돌같아서 자기손이 더 아프다고 할까비..
윗세오름대피소로 가는길목에서....
순식간에 안개가 밀려온다..
아점을 먹고 안개가 걷히기를 한참을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릴 순 없어서 일단 남벽분기점까지 가보기로 하지만 이내 돌아선다..
가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가는건 무리이고 시간만 낭비할것 같고...가봤자 꽃도 없을 것이고
그냥 내려가서 다른곳 관광하는게 낫겠다고 남편이 말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판단과 선견지명을 믿어보기로 했다..
여기서 또 가보자고 땡깡지기면 또 쥐어박힐까봐 고분고분 남편뒤를 따랐다..
결과론이지만 남편의 판단력이 탁월했다고나 할까!!!!
내려가는길이 올라오는사람들때문에 한참 정체되어 도저히 뚫고 내려설수가 없었다..
다들 시기에 맞춰 철쭉보러 오는 사람들이다..
초입부터 실망시키기 싫어서 꽃상태를 물어보지만 일단 올라가 보시면 알아요""""라고만 답변해 줬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몽한적인 오백나한병풍바위모습...
침식을 막기위해 등산로 대부분에 침목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영실휴게소에서 영실해발1280미터''' 표지석을 지나자마자 들어서는 이런숲길...
사이다같은 공기다..공짜라고 많이 마시란다..ㅋ
어두컴컴한 새벽에 못보았던 영실표지석에서 인증샷...
겨울에는 눈에 파묻혀서 못보았다..
줄서서 찍었다..
주차장까지 시간을 아낄려고 택시를 잡아타고 내려왔다..
여기까지왔다갔다하는 셔틀택시라고 한다..요금은 한대당 7천원..
기사아저씨가 너무 친절했다..
천제연폭포보단 천지연이 이쁘고 전지현은 더 이쁘고..
정방은 못생기고..사려니숲은 꼭 가보라고 했고..
어제오늘내일까지 제주전 지역에 렌트카만 3만5천대가 돌아다니니 차가 엄청밀릴것이니 한군데는 포기해야 될것 같다는 조언도 해주고...
내려오다가 1100고지 휴게소...
오토바이 동오회에서 부르릉부르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올라와서 바로 앞에 선다..
여기서 사진 찍을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담에는 오토바이 타고 제주여행하자는 남편말에 이번엔 내가 머리한대 쥐어 박았다..
내가 젤 싫어하는기 오토바이다 아나~?
사슴이 바라보는 곳은 한라산 백록담이다..
여기서 다 보인다..백록담이..
백록이와 함께 인증샷 남기고
우리두리님이 추천한 사려니숲으로 출발한다..
우리두리님이 올려놓은 사진을 계속 딜다보면서 갔다..
ㅋㅋㅋ내려오니 비가 쏟아진다..
바라~~~잘 내려왔제
남편의 어깨가 어쓱어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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