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8
소백산철쭉산행..
올해설날연휴때 소백태백을 산행하면서 눈꽃다운 눈꽃산행을 못했다..그래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푸르른 5월에 철쭉이 피면 그때 다시한번 더 오자고 새끼손가락 걸면서 약속을 했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내가 요즘 다른일에 치중하느라 산행을 영~ 소홀히 했다..
나에게 산이란??
숨통이자 산소통이다..
한땐 괴로움에 치중하느라 내가 숨을 쉰다는것, 살아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산이 나를 보여준다..나는 숨을 쉬고 있고 생명력이 가득하고 아직 할일이 많고..
희방사주차장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밤이 되니 기온은 급격히 내려가고..
잠은 대피소가 아닌 일명..차박(차안에서 박을 한다)
이 야밤에도 차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소리에 선잠을 잔다..
새벽2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새벽1시에 정신을 챙겨 일어나서 산행준비를 한다..
창원에서 공수해온 생일케익에 불을 켠다..
십년전 오늘이 숲길님의 49번째 탄신일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엄마생신을 잊지않고 이렇게 케익이라도 드시라고 거금이 들어있는 봉투와 함께 식탁위에 올려 놓고 출근을 했다고
아들없는 나에게 아들자랑을 어찌나 하든지..
거금2만원이나 들어있는 봉투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ㅋㅋ
차안에서 이런 이벤트행사는 나도 처음이다..
이 새벽에 소백하늘에 수많은 별들과 함께 해피버스데이투유를 목청껏 불렀다..
케익과 향이진한새벽커피한잔의여유를 만끽하면서
깔닥재에 도착을 했다..
오늘따라 유독 힘들어 하는 숲길님...얼마전 심한 감기로 인해 몸 컨디션이 완전 바닥이라고 이제서야 이실직고를 하신다..
노란영양제대신 노랑참외로 영양보충을 하는데 별 효과는 그닥 없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숲길님만 다시 내려가던지
아님 베낭을 내가 앞으로 메고 가던지 둘중 선택하라고 했더니 다시 내려가기는 죽기보다 싫다고 한다..
그러면 굳이 말은 안하지만 베낭을 내가 메고 가잔 소리다..ㅋ
20대군시절 야간행군하면서 몸다친 전우베낭도 앞뒤로 메고 훈련한 추억도 떠올리고
88년도 대청봉에서 백담사 용대리까지 지금의 마누라 베낭도 앞으로 메고 8키로를 걸었던 추억도 떠올리면서
숲길님 베낭을 앞으로메고 오른다..
싸나이아이가~~~
오우~~하면서 엄지척을 해주는 마누라....
소백의 칼바람은 변함이 없다..
저~~~기 보이는 여명빛으로 물든 비로봉과 백두대간능선......
해가 뜬다..
긴장 초조 불안 공포 비애 애환 질투 분노 좌절 두려움......이 모든 괴로움들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 작용들이다..
이것 또한 내가 살아있으니 이런 풍경도 본다..
그래서 살아숨쉬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햐~~~좋다..
꽃도 적당히 이쁘고....
풍경하나 끝내준다....
사람들이 제법 올라온다..
그때 그시절 소백산행 ㅎ
넘 그립네요 젊음이
새벽일찍 등산객들이 몰려온다..
비로봉까지 걷기로 했다..
마누라와 숲길님이 올라온다...
숲에 잠긴 소백을 봅니다..
소백의 아침공기는 그야말로 드럽게 싱그럽습니다..
기나긴 휴식 끝에 밀어 올리는 신록들이 더없이 생기발랄에 차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요...ㅋ
이런저런 이유로 산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늘 모처럼 오랜만에 산행을 하게 되어
마냥 설레고 들뜬 표정입니다..
이런 기분을 알아주는듯 숲은 상큼하고 태양은 찬란히 빛나고 공기는 사이다처럼 톡 하는 맛입니다..
이런곳에선 라면을 끓여먹어야 제맛이라며 라면을 챙겨왔다고 뿌듯해 하는 숲길님....
가는내내 조망이 되는 어느곳이든 조아죽겠다고 카메라 들이대고 뻐팅기고 서있습니다..
아~~
뻐팅기고 서 있을만한 풍경들입니다..
저 므흣한 표정좀 보소....
숲길님은 컨디션난조로 여기까지만 살방살방 산행하기로 하고
우리 비로봉까지 갖다올때까지 놀고 있겠다고 한다..
지금부터 소백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집니다..
소백하면 이길...
미세먼지도 아니고 운해도 아니고 그냥 뿌연....
꿈을 꾸는듯 합니다..
가야하는데 갈길이 먼데 자꾸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망부석처럼 멈춰섭니다..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산이 꾸는 꿈 속에 내가 있는 것인지, 내 꿈 속에 저 산이 있는것인지 분간이 안됩니다..
에라 모르겠다..베낭을 풀어 제끼고
사진도 찍습니다..
그러다 앞에서 부르면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오다가 또
멈춰 섭니다..
사방천지에서 꽃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겨울에 저 안에서 커피묵던 곳이다..산불 감시 초소
드뎌 비로봉정상....
어느산으든 정상엔 줄서는 풍경이 이젠 예사다..
그래서 옆으로 비켜나서 한컷..
정상에서 두팔을 벌려 소백산을 끌어 안습니다..
모자가 바람에 휙 날려가기도 하고..
아~~이거 다 내꺼다 내꺼!!!!
감흥에 겨운 마누라를 보고 있던 옆에 어린등산객눈엔 미친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는지.....
숲길님 많이 기다릴라 빨리 가자고 해놓고
또 멈춰선다..
올라갈때 못봤던 희방사 들러서 삼배하고....
구름다리도 건너고..
밤엔 이곳이 다리인지 그냥 데크인지 몰랐다..
고소공포증말기증세가 있는 마누라에겐 무서움과 공포감이 느껴질만큼의 높이다.
희방폭포....
희방폭포쉼터에서 숲길님을 만나서 못먹었던 간식을 허겁지겁먹고
하산길이 지루한건 나 뿐만이 아니더라..
초록으로 물든 싱그런 5월에 생동감이 팍팍 느껴지는 소백산 숲속에서 실컷 즐기다 왔다..
겉모습은 방관자 같으나 소리없는 카리스마로 긴 산행 잘 따라와준 마누라..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