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저마다의 그림으로 영남알프스의 억새의 추억을 간직하여 기억하겠지...
인천을 출발하여 밤새 5시간을 달려와 배내고개 정자에서 텐트잠을 잔 우리두리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달 광복절날 관악산연주암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간터라
그리도 물러나기 싫어 앙탈하는 무더위 속에도 이젠 가을향기 스민 9월중순쯤에 영알 한바리 하자고.......
2013년 9월 15일
새벽4시 배내고개출발
오후2시 청수골산장도착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청수좌골
14키로 10시간의 여유산행
배내고개에 새벽3시반도착
우리두리님을 방갑게 맞이하고
차안에서 김밥한줄 간단히 먹고 4시쯤 배내봉으로 향한다..
배내봉에 도착하니 비박팀이 잠을 자고 있다..
조용조용 고양이걸음으로 인증샷만 날리고 간월산일출보고 간다..지금시간이 새벽4시20분쯤
발아래 놓인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오르는 내내 몸타고 흐르는 땀을 느끼니 행복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길가엔 그래도 이름모를 야생화가 눈에 띠어서 행복하고...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듯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영알 하늘아래에 있어서 행복하고.....
나에겐 영알이 지척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다....움하하하하하
일출풍광이 영 아닌듯한 오늘새벽야경이다
간월산 정상에 섰다..
3년전 우리두리님 이곳을 찾았을땐 짙은 안개로 한치앞이 안보였다고 앙탈을 부리면서
아무것도 못보고 간 3년전을 마치 복수라도 하듯이 오늘은 너무 좋은 풍경을 구경한다고 어린아이마냥 좋아라 하신다..
하기사 인천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새벽바람이 너무나도 부드럽다..
무엇보다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느낌을 동시에 느끼니 더없이 행복하다..
저아래 간월재일출포인트엔 벌써 수많은 진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군요...
몇년전 간월재 이곳을 처음 대하였을때 그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물결의 감동과
넓은 억새평원의 평온함에 홀딱 반하여
언젠가는 저 아늑한 평원에서 세상사 모두다 잊고 하늘을 지붕삼아 하룻밤 자고 싶은게 작은 소망이 있었다..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새벽바람맞으며 이렇게 먼곳에서 찾아온 블친과 함께 하니 소망이룬거나 진배없다..즐겁다..
오늘따라 시계가 너무 맑다..
울산 앞바다에 배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내려올 생각이 없는 두 여인......
저 멀리 운해가 깔리기 시작하지만 더이상은 없다..
사실 나도 내려가기 싫더라..ㅎ
아침햇살조명을 마음껏 받으니 모두들 한인물 납니다..ㅎ
사람을 품은 해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물리지 않는
자연빛 그대로이다...
아침햇살빛 받아 갈바람에 흔들이며 반짝이는
영알의 황금억새 가슴에 담고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너무이쁘다고 소리치면서 내려온다..
가을이다..
산은 시퍼렇지만
저 산 아래 언양시내 반듯반듯 네모난 모든 들녘이
산뜻한 연노랑으로 물 들어가니 정녕 가을이다.
세상이 훤하다...
억새 군락은 큰바람에 흔들릴 때마마 한 덩어리가 되어 군무를 연출한다..
억새의 춤은 장대에 걸린 무명삼베가 바람에 날리듯 어지러이 산들바람에 넘실거리다가 센바람에 너울을 이루고 싸~~악싸악 휘파람 소리를 낸다..
군무의 움직임 따라 금빛도 내고 은빛도 내고....
올해도 풍년이다...
간월재를 다 접수하겠다는 포스로 서있다..
빈틈없는 억새 군락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매끈하게 뻗은것이 마치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놓은듯 하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서 어짤줄을 몰라하신다..
양팔을 벌리면 중심을 못잡을것 같고 그래서 두리님 손을 꼭잡고....킥킥킥
에스컬레이트는 이렇게 짜연스럽게 스무스하게 타는 거라고 보여준다..ㅎㅎㅎ
다들 너무 좋다고 너무 좋아라 한다..
정말 좋다..
에스컬레이트 타는 연습을 많이 했다..그래서 다들 까리하게 잘 탄다..ㅎ
에스컬레이트 노랑선 밟지 말라고 했는데...
가슴이 터질듯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다들 너무좋다고 난리부르스다..
텐트족들은 이불개고 김치찌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난 따신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다..
여기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얼큰이(얼굴이 큰) 순서대로 걸터앉아서 한방찍고....
억새꽃이 흩날리는 이즈음이면 전국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가을 산행지다..
영남알프스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신불산으로 오른다..
올라서자마자 멀리 간월산 정상이 보이고 간월재도 보인다..
등산길도 평탄하다..
이른아침이라 이아름다운 풍경을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 수가 없다..
억새사이로 저멀리 영축산정상이 보인다..
그너머에 노랗게 익어가는 신불평원이 길게 뻗어 있다..
이곳에 서면 영알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3년전 이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못한채 언젠가 꼭 한번 와 보리라고 다짐을 하셨단다..
그 꿈을 이룬 우리두리님.....
한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바람에 넘실대는 억새는 단지 억새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었다..
창공을 떠도는 "바람의 신"이 억새의 육신을 빌려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한참 동안 억새 군락에 우두커니 서서 바람신"억새군무와 조우를 즐기는 우리두리님..
고만 멍때리고 언능 내려갑시다...
눈이 시리듯 푸른 억새평원 위에 생기 넘치는 젊은 억새들이 서로 부대끼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너무나도 정겹고 그리웠다..
실컷 보고듣고 맛보고 느끼고 있다..
세찬 억새바람은 여기서 태어났나보다..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바람은 저 신불공룡 절벽끝에서 굽이져 급물살을 타고 왔나싶다..
두팔을 벌려 불어오는 바람을 힘차게 안았다..
억새에 이는 바람, 이 바람을 억새 천지속에서 맞지 않았다면 고개를 팍 돌려 피해버렷을 것이다..
너무좋다..
인천에서 공수해오신 우리두리표 추어탕을 배가 터지도록 맛나게 해먹고..
1인분1인분씩..1.5인분...우째든 많은거 우리가 먹고
한숨자고 가자는거 겨우 말리고..
억새군락 사이로 불어오는 살을 비비는 스르르사르르 하는 소리만이 귓전에 들린다..
잠시 눈꺼풀을 붙이고 김태희커피로 오수를 즐기고 있다..
아 정말 가기가 싫었다..
뒷배경이 황홀하다믄서 다들 가기싫어한다..
억새의 머리가 큰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여기세상은 아주 딴판이다..
바람이 없다..
두리님 혼자 짐정리를 하는동안 우리는 탱자탱자 양말벗고 5분동안만 드러누워 있다..
휴일이라 드문드문 올라오는 산객을 만난다..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고 부드러운 능선을 오르고 있노라면
이제 갓 피어난 억새는 양손을 치켜들고 어서 오라고 춤추듯 반긴다..
억새군락 사이로 난 오솔길을 헤치고 들어간다..
아직은 뜨겁다..땅에서올라오는 지열이 장난아니게 뜨겁다..
신불평원은 영남알프스의 다른 억새 군락보다 광범위하다..맞은편 밀양 사자평 억새군락 규모를 견줄 만하지만
낙타잔등처럼 움푹 패인 분지 형태의 신불평원은 맘껏 뛰어 다닐수 있다는 점이다..
몽골의 대초원정도는 아니지만 광활한 들판을 가로세로로 누비며 대륙의 기상을 누려볼 것이다..ㅎ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때를 만나랴!!
왕소금을 뿌려놓은듯한메밀꽃 억새꽃을 볼려면 좀더 있어야 될듯....
철수야영희야 부르니 뒤돌아본다..
설마 본명은 아니리라..
지금은 우리밖에 없으니 아무꺼나 불러도 뒤돌아보는 센스다..
아리랑쓰리랑릿지에 암벽타고 올라오는 산객들도 있다..
가을이면 여기 꼭 한번은 와봐야 할곳 1순위라고 하더만..
너무 좋은데 표현이 안되네요....
여기만 오면 외국같은 느낌이 든다..
스위스의 알프스가 아닌 영남알프스다..
키가 다들 억새보다 작다고 놀립니다..ㅎㅎ
억새오솔길을 따라 걷는 저사람들 오늘 완전 행복해 합니다..
희한하게스리 녀자분들 얼굴만 가렸습니다..
작은 키 때문이라 생각지 않습니다..ㅎ
그져 위치선정이 잘못이라고.....ㅋㅋ
영축산 정상에서 사람없을때 퍼뜩 인증샷하고
단체 산악회등산객들이 몰려올라옵니다..
이렇게 좋은 풍경을 바라보고 감상을 하니 음주가무가 절로 나옵니다..
살얼음맥주를 한잔마시고 간식을 먹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두리님이 간식을 바리바리 싸오셨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게
우리것은 꺼내보지도 못한채....................
시간관계상 코스변경을 합니다..
여기서 청수우골포기하고 그냥 청수좌골을 택합니다..
앉아서 여자분들은 남편들흉보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손가락하나 까딱안하고 시키고
지만보믄 식권으로 보이는지
지만보믄 밥도 밥묵자...라는 말밖에 안한다고
라면끼리무라고 하면 끼리물 냄비를 못찾겠다고 찾아달라고 했다는거 까지 다 흉을 봅니다..
그래서 발로 확 밀어뿌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추석은 다가오니 추석지내고 일단 생각하기로 마음을 바깟습니다.. ㅎㅎ
더이상 있다가는 나의 치부가 다 들어날것 같아서 서둘러 길을 나섭니다..
단조산성에서 청수좌골들머리를 찾느라 5분 알바하고..
하늘 억새바람길...억새의 메카로 가장 좋은 곳을 정말 즐기면서 블친과 맘껏 걸었습니다..
좌골 하산길에 올라오는 저의 외삼촌 일행도 만나고 연세가 70세가 넘으셨는데도 체력은 3~40대 같습니다..
하늘이 안보일정도로 숲이 우거집니다..
다 내려와 골짜기 시원한 바람결에 몸을 말리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간식을 처분합니다..
발길 닿는 물길에 불난 발바닥을 위해 탁족을 즐긴다..
또 먼길 떠나시는 우리두리님 지리산 세석촛대봉일출을 기대하면서
안전운행하시고 즐거운 추석연휴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수고하셨습니다..
행복이란게 뭐 별거 있나요...코밑에 행복이지요..
블친여러분!!
풍성한 한가위 즐겁게 보내시고 모두들 건강하십시요...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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