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 561 ASIANA AIRLINE이 이륙했다..
나는 조그만 창으로 비행기 날개를 바라보았다..
기내자리배치예약할때부터 요이땅~~~해서 창가쪽으로 두개를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날개는 하나의 동체가 아니라 여러 조각이 하나의 날개를 이루기 위해 조립되어 있었다..
날개는 비행기의 도약을 위해 제각기 조금씩 움직였다..이륙하는 순간 어지럼증이 느꼈다.
이륙때문에 어지러운 것인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는 감회에 젖어 그만
어지러워진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비행기는 점점 높아져서 인천 앞바가가 조그맣게 내려다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우리나라 서해를 밀어내고 구름위에 사뿐히 올라앉았다.
이륙하는 동안 승객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맸고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꺼두어야 했다.
뭉게구금 사이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매순간 달라졌다.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경이로운 바깥풍경을 찍어댔다.
비행기는 고도를 점점 높였고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의자앞에 개인 모니터에서 수시로 보여주는 비행속도,비행고도,비행거리,현재의 위치ㅡ바깥온도,
현지도착시각을 구경했다..모든 신문물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고도1만 미터를 넘게 올린 비행기는 영하 70도를 넘는,지구상의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 9천여길로미터를 날아가야 했다.
항로는 서해를 지나 텐진 베이징 모스크바 폴란드 프랑크프르트의 상공으로 뻗어 있는 듯 싶었다..
우리가 12시간을 날아서 로마의 다빈치공항에 도착하면 17시50분이 될것이었고 8시간 빠른 한국은 새벽 1시50분이 될 것이다..
변화무쌍하던 바깥 풍경이 갑자기 멎어버렸다..
아무리 창밖을 내다봐도 태양은 늘 11시 방향 그자리에 있었고 햇살이 화살처럼 쏟아지는 창공 그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었는 잿빛구름이 무표정하게 장판처럼 깔려있었다.
잔잔한 바다,s자로 흐르는 길고 큰 강의 주변으로 형성된 바둑판 모양의 평야, 뽀족뾰족 솟아서
신발을 벗고 지앞을 하면 비명을 지를 거대한 산맥, 황량한 사막 눈 덮은 황무지와꽁꽁 얼어붙은 호수들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비행기는 그 자리에서 멎어버린 것만 같았다.
비행기가 내뿜는 쏜살같은 기체와 굉음만이 우리가 힘차게 로마로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비행기는 자꾸만 날아서 서쪽지평선 너머로 지려는 태양을 따라잡고 있었는데
어떤 때는 비행기가 더욱 빨라져서 마주보이던 태양이 우리쪽으로 가까워져 오기도 했다.
내가 창문을 빼꼼히 열라치면 어디에서 보고있었는지 참한 승무원이 와서 창문을 내리라는 작은 목소리와함께 사라지기 일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말똥말똥거리고 있었고 모두가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의 회장님인 미경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에 나오는 영화를 다 떼고 있었다..
처음 구름위에 올라앉은 때부터 시작된 작은 소요는 한참 뒤 가라앉기 시작했고 기내의 조명이 꺼졌다..
승객들은 얼추 잠이 들었지만 나는 잠들지 못했다..도데체가 이 모든 게 신비스러워 잠들 수가 없었다..
내가 알뜰살뜰 보살피던 옆에앉은 경희도 벌써 꿈나라로 떠났고 뒷자석에서 부동자세로 모니터를 주시하던 미경이도 눈꺼풀을 내린지 오래였다.
헤드폰을 쓰고 옆사람에게 전혀 방해를 주지 않는 개인 모니터를 살펴봤다.
한국영화,외국영화,최신영화가 탑재되어 있었고 음악도 장르별로 다양하게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종종 가림막을 쳐들고 바깥을 내다보기도 했다.
12시간 비행를 하다보니 아랫도리옷이 끼이면 불편하다고 편안한 츄리닝바지로 갈아입으라는 큰딸의 조언대로 아까 공항 화장실에서 이미 갈아입었다..
다리를 제대로 펼수 없는 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몸을 움직였다..
일어서서 스트레칭도 하고 복도로 나가 직립보행도 하고 다행히 우리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마음껏 복도로 나갈수가 있었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실내화를 갈아신고 화장실에 도착하니 거울앞에는 구강청결제,일회용칫솔,치약이 구비돼 있었다..
장시간의 비행은 고난찬 길이었지만 못 견딜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닦을 수가 있었고 밥을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식사가 두번 제공되었다.
말로만 듣던 기내식을 나도 먹어 보는구나.
메뉴는 모두 네가지인데 한 끼니마다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먹어보지 못한 낯선 음식을 먹어보리라 다짐하고 있던 터여서 내가 고른 메뉴의 맛은 대체로 깔끔느끼했다.
본식을 먹고나면 커피,주스,물이 제공되었다.
끼니와끼니사이에 간식과 알콜음료가 나왔다.. 나와 경희는 각각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그리고 맥주한캔을 시켜서 나눠먹고
뒷자석에 있는 헤영과현주는 쥬스를 시켜서 맛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 맛이 좀 더 찬란했다 은근히 뒤끝이 있어서 사람을 열나게 만들었다..
맥주는 와인과 달리 깔끔했다..맥주안주로 나오는 땅콩맛은 잊을수가 없었다..
나는 멋모르고 와인을 마셨다가 열이 뻗쳐 생수를 2통이나 들이켰다..
맛있게 먹을 거 다 먹고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와인이나 마시고 커피나 홀짝거릴 걸 백찌 밥을 주는 데로 다 쓸어먹어서 고생을 했다.
높은 고도에서는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던 것이다..
저녁을 챙겨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는 끈길지게 쫓던 태양을 놓아주고 착륙시도했다.
나는 고도가 툭툭 떨어지고 바깥기온이 영하 1도까지 치솟는 것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했다.
창공에 잇던 우리가 두께를 알 수 없는 구름장막을 뚫고 하강하는 순간은 정말 장관이었다.
짐을 챙겨서 기내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12시간 머물렀던 기내의 내부가 한눈에 촤르르 들어왔다.
현장은 처참했다.. 담요와실내화 신문지 그리고 각종 쓰레기들이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헐...이렇게 하고 나가다뉘..
우린 담요와 실내화 등받이을 오와열을 한치의 오차없이 각을 맞춰서 개비놓고 나왔는디..굳이 그렇게 안해도 된다는 사실을 나오면서 알았다.
저것이 오랜시간 비행을 견디느라 고군분투한 흔적일 것이다..
승무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 출입문을 나섰다.
두꺼운 구름층을 한참 내려서서 문득 만나지는 지상의 세계는 바로 이탈리아로마였다..
약간의 안개와 비로 머금은 다빈치공항은 저녁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스름한 공항청사가 내쏘는 은은한 빛이 우리를 조용히 환영하고 있었다..
유럽은 테러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서인지 공항 입국심사와 절차는 사람의 진을 쏙 빼놓는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친뒤 인솔자가 흔들어보인 여행사피켓 아래 35명이 집결했다.
인천공항 3층 미팅장소에서도 서로 수화물부치기에 바빠서 못봤던 인연들이다..
앞으로 10일동안 인솔자와 함께 움직일 동행들은 엄빠를 따라온 초등학생남매, 할아버지보호자로 따라온 고등학생손자,엄마보호자로 따라온 막내아들.
엄마와 함께온 큰딸,시집가기전 아빠와 함께온 셋째딸, 신혼부부 노부부 그냥부부 유럽에 환장한 마누라를 외면할수 없어서 의리로 따라온 아저씨
3년간 돈모아서 함께온 친구들....
인솔자는 35명을 입국시키고 버스를 불러 호텔까지 인솔해 가는 일로 머리가 복잡해져 있었다.
밤공기는 의외로 따뜻했다..로마의 적막하고도 무심한 길거리였다..로마가 이렇게 가까웠구나, 좀 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는데...
버스에 타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낼, 그리고 모레까지 비 예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