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리도 돈모아서 유럽여행 한번 가자""모임의 회장인 미경이가 말을 꺼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바로 그달부터(2016.5월) 매달 10만원씩 3년 모아서 가자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30년전부터 여고동창생 닮은듯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친구 모임이다.
가던 안기던 일단은 모으고 보자는 거다
드디어 36개월이 아닌 30개월을 채우고 서유럽여행을 꿈꾼다..
이유인즉슨..하루라도 젊을때 관절이 말을 잘들을때 가자는 거였다.
말 꺼내기가 무섭게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여행사를 알아보고 다들 직장생활 하는 관계로 날짜를 조율하고 어느누구하나 걸리는게 하나 없는 길일을 택해야만 했었다.
여행사에서 여러가지 상품들을 소개하는 일정표가 톡으로 날아왔다.
서로서로 단톡방에서 이거하자 저거하자 말들이 많았다.
이중에서 날짜맞는 상품으로 정했다..그래서 정한것이 2018.10.28~11.6 서유럽4개국
(스위스융프라후전망대에서..11월2일)
우선 여행기간안에 제사는 없는지 집안행사는 없는지 꼼꼼히 달력을 처댜본다. 천만다행으로 조상님께서도 도와주시는 형국이다.앗싸아~~
난 다리와 팔에 힘이 바짝들어갔다.
이제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 그 머나먼 세계에 대한 동경은 나의 심장과 뇌에 별처럼 콕 박혀서 빛이났다.
이제 나는 별을 따기 위해 열흘 일정의 여행지를 공부를 해야만 했다.(티비에 여행체널을 열심히 챙겨서 보았다.)
서유럽4개국...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소 무리라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난 자신이 넘쳤다.
평소에 남편따라 새벽산행 야간산행 별보기운동 달보기운동을 수시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지금부터 체력관리 잘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허리가 조금이라도 뻑적지근하면 여차없이 챔피언벨트를 차고 집안일을 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내가 친구들과 함께 유럽엘 가겠는가!!하는 구호아래 단톡방에 서로서로 건강관리 체력관리 잘 하라는 조언들이었다.
여권부터 만들어놔야 한다.
일찌감치 한여름에 여권사진을 찍고 바로 발급신청하고..
머리도 손질이 필요없을정도로 파마와 컷트를 하고...
나는 깍뚜기김치도 만들어 놨고
식구들이 열흘동안 먹을 반찬으로 멸치볶음.연근조림.찌게두종류, 국도두종류,계란한판도 더 사놨고,
조미김도 한셋트 준비해놓고 콩자반도 항그쓱해놓고,소고기도 양념에 잘 재워놓고 나물도 무쳤다.
먼저 먹어야 할 음식을 순서대로 포스트잇에 적어서 냉장고문앞에다 떡 붙혀놓고
계란후라이 전용 후라이팬은 이거다""
불고기볶는 후라이팬은 이거다""라고 메모도 해 놓았다.
55년만에 가보는 유럽유행...
여자들은 집을 비우면 왜 이렇게 해야할 일들이 많은지 몰겠다..
남자들은 그냥 몸만 휙 가지고 가던데 말이다..
(바티칸박물관..피에타10.29일)
나보다 딸들이 더 들떠 있다..걱정반 설렘반
과연 우리엄마가 잘 해낼수 있을까..
빡빡한 일정에 행여 못따라 다니진 않을까. 몸이나 아프진 않을까
마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나를 다룬다.
이미 한달간 유럽여행 경험이 있는 큰딸이 이런말을 했다..
지금가면 요즘유럽이 우기인데다 해도 빨리 져서 춥기도 하고...
비옷과 우산은 꼭 반드시 챙겨가라고 지시한다..그외 필요한 물건들 이것저것 메모해 주었다.
옆에 있던 남편은 부러워 했다.
여행 준비이 밑그림그리기에 돌입했다.
우리의 모임회장이자 총무이신 미경이는 바쁜 직장생활과 함께 5인분 경비를 관리하는 경리업무까지 보았다.
수출입거래처에 환전을 부탁하고(수수료가 거의 없었음),현지에서 쓸 경비도 장소에 따라 딱딱 구분해서 준비해 두었다.
부산에서 서울경유,인천공항까지 가는 일정을 검토하고 표를 예매하고,귀국해서 다시 귀가하는데까지 꼼꼼히 신경써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이일은 전직 은행원이었던 혜영이가 담당했다.
여행10일전..
나의 짝딸이 갑자기 남포동가잔다.
혼자만의 배낭여행정도라면 몸빼를 입고가도 더없이 좋겠지만 현지에서 함께버스를 타고 여행지를 둘러보게 될 35인의 구성원이었으므모 이들의 이미지와
명예품위유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 의무가 있다면서 예쁘고 따뜻한 바지두개를 무리해서 장만해 주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운동화도 더불어...짝딸 고마워~~
준비는 순조로웠고 내 주변의 모든것이 무탈했다..
가족중 누가 아프면, 내가 다치면,집안에 초상이 나면,전쟁이 나면,천재지변이 생기면, 뉴스에 비행기사고소식이 들리면,20년만에 발급받은 여권을 잃어버리면....(그래서 남편한테 보관해두었음ㅋㅋ)무엇하나라도 깃털하나라도 제자리를 이탈하면 여행출발하기도 전에 나의 꿈은 부서지고 말것이다..
무엇보다도 친정부모님이 제일 큰 폭탄이었다.
일주일에 두번 혈액투석을 하시는 아부지와 각종노인성질환으로 일주일에 한번은 병원에 가야하는 엄마를 내가 부재중이면 누가 케어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살얼음을 걷듯 부디 아무일이 없기를 매일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빌었다.
공항내의 이모저모...(명품관의 저 빽은 얼마일까..)
나는 드디어 2018.10.28일 일요일 12시5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나아항공 비행기 안에 있을수 있었다..
내가 인천공항을 구경하고 로마행 비행기를 타본다는 것,
장기간 여행준비로 스무날이나 가슴 떨려본다는 것 모두...다시 없을 첫경험이었다.
아,
나의 여행은 친구가 3년전 야!우리도 유럽한번 가보자""이달부터 10만원씩 여행통장계좌로 보내""할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궁디가 씰룩쎌록 거리며 설레는 맘으로 ..ㅋ)